쉼이 있는 청소년 갭이어 [꽃다운친구들]

꽃다운친구들은 중학교와 고등학교 사이 1년의 갭이어를 선택한 청소년과 그 가족의 모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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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친 칼럼

[특별기획 칼럼#2] 언스쿨링과 멍 때리는 시간의 기적

happyyeji 2021. 1. 25. 18:24

[꽃친동네 캠페인 특별기획 칼럼 #2]

언스쿨링과 멍 때리는 시간의 기적 ❞

 

 

 

 

학교 밖 배움, 언스쿨링

우리는 청소년들이 행복하고 더 나은 세상에서 살아갈 수 있기 위해서는 교육의 변화가 필요하다는 것을 압니다. 교육의 목적은 우리의 마음과 정신을 확장하는 것인데 현재의 교육 시스템은 청소년들의 마음과 정신을 짓누르기 때문입니다.

 

교육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다양한 시도가 이어져 왔습니다. 학업을 잠시 멈추고 학교로부터 벗어남으로 전혀 새로운 교육을 추구하는 ‘언스쿨링’이라는 개념이 최근 들어 주목받고 있습니다. 우리에게는 다소 생소할 수 있지만, 존 홀트(John Holt)는 그의 저서 ‘학교를 넘어서’에서 ‘모든 사람이 학교에서든 아니면 전혀 다른 방식으로든, 배우고 싶은 것을 광범위하고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는 사회’를 예견하며 이미 50여 년 전부터 ‘언스쿨링 운동’을 펼쳤습니다.

 

언스쿨링 정규적인 학교교육에서 벗어난 성찰과 배움의 경험이라고 조금 넓게 해석한다면 그 예로 덴마크의 에프터스콜레(Efterskole), 영국의 갭이어(Gap Year), 아일랜드의 전환학년제(Transition Year)를 들 수 있습니다. 덴마크의 에프터스콜레는 14~18세 청소년들이 스스로 선택하여 다닐 수 있는 자발적 학교의 형태입니다. 에프터스콜레의 목적은 학문적 교과 외에 다양한 경험을 쌓고 이를 기반으로 자아를 성찰하고 진로를 탐색하며 깊은 우정을 경험하는 데에 있습니다. 에프터스콜레의 설립과 운영을 시민들이 주도했고, 170년의 세월 동안 확장되어 지속되다가 현재는 국가가 재정을 지원하는 방식으로 운영된다는 점을 매우 주목할 만합니다.

 

아일랜드에는 3년제 중학교 과정과 2년제 고등학교 과정 사이에 자유롭게 자신을 찾아가는 일 년 과정의 전환학년제가 1974년부터 공교육 내에서 제공되어 왔습니다. 이 기간 동안 학생들은 학교에 다니기는 하지만 기존의 교육과정에서 벗어나 평가가 없는 배움의 기쁨 그 자체에 집중하는 수업을 받으며 다양한 프로젝트와 인턴십 경험을 하게 됩니다.

 

영국의 갭이어는 교육과정 중 쉼(break)을 의미하는데 16~26세 학생들이 3개월에서 24개월 정도 공교육 체제를 벗어나 자신의 진로에 맞는 다양한 활동을 체험하는 기간입니다. 갭이어는 제도가 아닌 사회 문화적 현상으로 발전되었고, 미국, 캐나다, 호주 등으로도 퍼져나갔습니다. 미국 프린스턴 대학교와 일본의 동경대학교에서는 신입생들에게 입학 이전에 1년간 갭이어 활동을 제공합니다. 경쟁적 학업 세계에서 벗어나 새로운 교육적 경험을 얻고, 자신의 재능과 흥미를 발견하는 데에 그 목적이 있습니다.

 

 

 

 

 

 

우리나라에도 있다고요?

너무 먼 나라의 이야기로만 들리시나요? 지난 5~6년간 우리나라에서도 이와 유사한 교육적 시도가 다양한 형태로 진행 중입니다. 서울시 교육청을 중심으로 2015년부터 고교자유학년제 교육과정인 ‘오디세이학교’가 시작되었습니다. 민관협력형 모델인 오디세이 학교는 창의적이고 자율적인 교육과정을 통해 삶의 의미와 방향을 찾는 것에 중점을 둡니다. 민간에서는 ‘한국형 에프터스콜레’라 불리는 ‘꿈틀리인생학교’가 인천 강화도에서 기숙형 인생학교의 형태로 운영되고 있습니다. 앞만 보고 달려야 하는 대한민국 청소년들에게 ‘옆을 볼 수 있는 자유’를 줌으로써, 스스로 행복한 인생을 설계해 나가고 더불어 살아가는 힘을 길러주는 것을 목표로 둡니다.

 

민간단체인 '청소년 갭이어 꽃다운친구들'은 쉼을 통해 자기 이해, 진로발달, 행복 감각 및 공동체성을 키워가고자 합니다. 덴마크의 에프터스콜레나 영국의 갭이어가 국가 주도로 시작되고 운영된 것이 아님에도 시민의 참여율이 높은 것을 볼 때, 우리나라도 뜻있는 시민들의 주도로 건강한 교육적 대안을 확장해나갈 수 있으리라는 희망을 품어봅니다.

 

 

 

쉬었다 가도 괜찮은 이유들

이러한 교육적 시도의 공통적인 특징은 ‘쉼’과 ‘여유(여가)’를 충분히 주어 청소년들이 자신에 대해 깊게 생각해보고, 스스로 결정하고 배우면서 주체적인 성장을 할 수 있도록 돕는다는 것입니다. 쉼이 가진 교육적 효과가 무엇인지 알기 위해서는 쉼에 대한 새로운 관점과 교육적 의미를 탐구할 필요가 있습니다.

 

인간의 삶에서 쉼 혹은 여가의 중요성에 대해서는 오래전 고대 그리스 시대 이전부터 철학적, 종교적인 강조가 있어왔습니다. 여가(leisure)는 고대 그리스어로 스콜레(skhole), 즉 학교(school)의 어원이라고 합니다. (참고: 꽃친칼럼 ‘학교의 어원이 여가라고요?’) 여유를 가지고 토론하며 사유, 깨달음을 얻는 것이 학교의 본래 모습이었음을 생각할 때 현재 우리의 교육에도 의미하는 바가 큽니다. 여유와 쉼은 우리가 알고 있는 ‘휴식’ 이상의 의미를 갖고 있습니다. 아리스토텔레스는 휴식이 단순히 노동을 일시적으로 중단하는 것이라면 여가는 휴식을 넘어서 인간에게 행복을 주는 것으로 보았죠.

 

여가는 수용적이고 관조적인 마음의 태도를 의미합니다. 조셉 피이퍼(Pieper)는 진정한 여가(쉼)를 충분히 누릴 때 인간은 어떤 일을 잘하고 못 하고의 기능적 존재로서가 아니라 비로소 자신의 존재 자체가 된다고 말합니다. 여유 속에서 관조와 성찰을 통해 내면의 소리를 듣게 되고, 세상에 대한 중요한 깨달음이나 초월적인 직관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죠. 교육의 목적을 시대와 사람에 따라 달리 정의할 수 있겠지만 교육은 개인의 삶과 존재의 의미를 깨닫게 하고 인간을 인간답게 해주는 ‘인성/인간성(humaneness)’을 계발하는 데에 본질적인 목적이 있다고 볼 때, 쉼 자체는 교육이 지향하는 목적과 닿아있습니다.  

 

그러나 한국의 교육에는 쉼이 없어진 지 오래입니다. 교육은 곧 입시 문제로 직결되기에 우리의 청소년들은 끊임없이 경쟁합니다. 오늘날과 같은 일 중심의 세계에서는 과업 수행에 따라 기능의 유무로 사람을 평가하는 경향이 있는데 청소년들도 마찬가지입니다. 좋은 성적, 특출난 재능으로 평가받는 교육 시스템 속에서는 한 아이가 가진 고유함 그대로를 봐주기 어렵습니다. 자아정체성을 찾아가는 중요한 시기에 있는 청소년들이 그러한 시선 속에서 자신을 기능적 존재로만 바라본다는 것은 심히 안타까운 일입니다. 꽃친이 추구하는 쉼은 그 틀에서 벗어나기 위한 의도적 멈춤입니다. 피이퍼의 말대로 쉼이 그 자체로 경험되어야 할 삶의 중요한 본질인 이유는 존재를 있는 그대로 바라볼 수 있게 하기 때문입니다. 청소년들이 비교와 성취 속에서 자신을 발견하는 것이 아니라 자기다움을 발견하고 그 자체로 기뻐할 수 있는 시간을 많이 경험할 수 있다면? 그것이 아리스토텔레스가 말하는 행복 아닐까요?

 

 

 

출처 구글 검색 jtbc

 

 

멍 때림마저 필요해요

과학적 연구결과들도 쉼의 교육적 효과를 뒷받침합니다. 인간의 뇌는 휴식을 통해 정보와 경험을 정리하고 기억을 축적하는 숙고의 시간을 보낸다고 합니다. 실제로 뇌가 휴식을 취하는 순간, 흔한 말로멍 때리는 순간’ 활성화되는 특정 부위가 있습니다. 이 특정 부위는 전전두엽과 바깥쪽 측두엽, 그리고 두정엽입니다. 미국의 뇌과학자 마커스 라이클 박사는 이 부위를 ‘‘디폴트 모드 네트워크(default mode network ; DMN)"라고 명명했습니다. 마치 컴퓨터를 리셋하게 되면 초기 설정(default)으로 돌아가는 것처럼 아무런 생각을 하지 않고 휴식을 취할 때 활성화되는 부위입니다. DMN은 몽상을 즐길 때나 잠을 자는 동안에 활발한 활동을 합니다. 뇌에 휴식을 주면 자기의식을 분명하게 만들고, 특정 수행 능력과 창의력 발휘에 도움이 된다고 합니다. 쉼의 시간이 절대적으로 부족할 뿐 아니라 질적으로 의미 있는 쉼을 갖기 어려운 우리 청소년들에게 충분하고도 자유로운 쉼의 시간이 필요한 또 다른 이유입니다.

  

쉼 자체를 목적으로 하는 꽃친은 청소년들에게 타의에 의해서 무언가를 하는 것이 아닌, 나를 알아가고 사랑하기 위한 시간, 교실을 벗어나 미래를 상상해보는 시간을 주자고 제안합니다. 사실 열 마디 설명보다 갭이어를 경험하는 청소년들을 눈으로 보면 금방 압니다. 얼굴에 행복감이 살아나는 것을 느낄 수 있거든요. 다음 편에서는 실제로 갭이어를 보낸 청소년들이 ‘어떤 배움보다 소중한 배움의 시간이었다’고 말하는 갭이어 생생 체험기를 들려드립니다. 기대해주세요!

 

{3편에서 이어짐} 

 

* 참고자료 : <꽃다운친구들 종단연구 보고서>. 기독교학교교육연구소. 강영택 외. 2020. 

이성규. “멍 때려야 뇌가 쌩쌩해진다?!”. KISTI의 과학향기 칼럼. 2014.12.31.

 

 

이번 후원 캠페인은 1월 13일부터 설 명절 직전인 2월 10일까지 진행됩니다.

많은 참여와 소문내기 부탁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