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일을 하는 비영리단체이든지 간에 사업의 대상이었던 수혜자가 성장하여 그 기관의 후원자가 되는 것은 무척 감격스러운 일일 것입니다. 다른 사람도 아니고 그 사업에 대해 가장 잘 아는 수혜자로부터 그 일이 그만큼 가치 있는 일이라는 피드백을 받는 것일 테니까요.
그런 감격스러운 일이 꽃친에도 일어났습니다! 바로 1기 꽃치너였던 경지현 님이 대학교에 가서 첫 학기에 받은 장학금을 꽃친에 기부하기로 한 것입니다!
그래서 지난 9월 24일 기부금 전달식과 함께 경지현님을 인터뷰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20학번으로서 학교 생활, 지현 님이 생각하는 꽃친의 의미와 사회적 가치, 20대에 하고 싶은 것들 등등 정말 다양한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함께 읽어보시죠.
자기소개 좀 해주세요.
저는 꽃친 1기, 스무 살, 경지현입니다.
반갑습니다. 벌써 꽃친을 한지가 4년이 지났는데 그동안 어떻게 지냈나요?
어디서부터 얘기해야할까요 ㅎㅎ 꽃친을 끝내고 고등학교 공부도 하면서 원래 하던 홈스쿨을 하면서 지내다가 올해 대학교에 입학했습니다.
축하해요. 코로나 때문에 제대로 학교를 다니지 못해서 힘들었을텐데 학교 생활은 어떤가요?
학교 생활은 랜선으로 하고 있지만, 나름 친구도 2명이나 사귀고, 학교 갔으면 진짜 너무 재밌었겠다 생각을 하면서 지내고 있어요.
수업 말고 다른 것도 하나요?
C언어 학회를 하고 있어요. 사실 놀려고 들어갔는데 공부만 하더라고요. 그래서 그냥 일주일에 한 번씩 온라인으로 모여서 공부합니다.
또 제가 학생회에 들어갔는데, 아무래도 코로나 때문에 특별한 일을 하고 있지는 않아요.
여러 가지를 시도해보고 있네요. 오프라인으로 다니면 재밌을 텐데 20학번들의 고충이네요.
오늘이 2020년이 100일 남은 날이래요. 새내기 100일 남았어요.
이제 물려줘야 되네요. 곧 헌내기가 되겠어요. 아휴.
아니 그런데 첫 학기에 장학금을 받으셨다면서요. 공부를 아주 열심히 하셨나 봐요!
집에 있느라 할 게 공부밖에 할 게 없었어요. 하하. 농담이고요. 첫 학기이기도 하고 수능 공부하다가 대학교 공부를 하니 할 만했나 봐요.
무슨 과예요?
컴공과 예요. 나름 재밌어요.
그런데 그 장학금을 꽃친에 기부하게 되었잖아요! 어떻게 그런 생각을 하게 되셨나요?
기본적으로 뭔가 이 장학금을 나눴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어요. 입시를 치르고 나니까 교육에 대한 관점이 확장돼서 더욱더 우리나라 교육에 쉼의 필요성을 절감하던 중이었는데 마침 장학금을 받게 되어서 꽃친에 기부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기부했어요.
그냥 꽃친이라는 어렸을 때 경험한 좋은 경험? 학교? 학원? 이런 거라고 생각할 수도 있는데 왜 기부가 필요하다는 생각을 하게 된 거예요?
네. 저도 학생이었고 입시를 하고 그러다 보니까 이런 교육이 쉼에 대한 교육이 많이 필요하기도 하고 제가 너무 꽃친을 재밌게 했으니까 더 많은 사람들이 하는 게 좋을 것 같아서요.
보통 사람들은 사회적으로 유익한 의미가 있는 단체에 기부를 하잖아요? 이 돈이 좋은 변화를 일으키는 데 사용됐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니까. 그런 점에서 꽃친이 가진 사회적 의미에 대해서 생각해 본 적이 있나요?
저는 항상 있다고 생각했었어요. 비록 꽃친을 하는 사람들만 경험하는 것일 수도 있지만 일단 이런 기회를 제공하는 거잖아요, 학생들에게. 이런 게 있다는 것 자체로도 좋은 거니까 계속 있어야 할 필요가 있는 거고요. 사실 저는 너무 당연하게 꽃친이 사회적으로 유익한 거라고 생각했던 것 같아요. 설명하려니까 어렵네요. 또 꽃친을 경험하는 청소년들 개개인도 사회의 일부니까. 아이들 하나하나를 잘 키워내는 게 합쳐지면 사회의 유익이 되는 것 아닐까요.
그렇네요. 그 결과가 본인이잖아요. 그렇죠? 좋은 사회의 일부가 됐다고 생각하시나요?
하하, 아직은 부족하지만, 노력하고 있어요.
4년 전에 1기로 경험했잖아요. 그때 경험한 꽃친이 지현 님에게는 어떤 의미였나요? 그때랑 지금?
그때는 일단 인생에서 가장 재밌었다고 할 수 있는 그런 1년의 기억이었고 그건 지금도 마찬가지예요. 두 번째 의미는 쉼에 대한 배움이었던 것 같아요. 꽃친에서 계속 쉼을 강조하잖아요, 멍 때리기를 해라, 쉼도 필요하다. 그땐 그냥, 아 그렇지~ 이렇게만 생각했는데 진짜 살아가면서 멍 때리기가 필요한 순간들에 꽃친에서 배운 게 문득문득 떠오르는 것 같아요. 그래서 저도 입시 준비할 때 멍 많이 때렸어요.
멍 때리기가 필요한 순간이 구체적으로 어떤 순간이었어요?
구체적으로, 저는 여러 순간에 필요했다고 생각해요. 번아웃되고 너무 지쳐있을 때도 필요하고 방향을 찾기가 어려울 때, 어떤 문제를 두고 어떻게 해야 될지 모르겠다 이런 생각이 들 때 잠시 멍을 때려보기도 하죠.
만약 꽃친을 하지 않았으면 뭐가 달랐을까요?
일단 인생에서 제일 재밌는 기억을 물었을 때 그게 꽃친이 아니겠죠. 또 꽃친을 하면서 만난 많은 좋은 어른들을 만나지 못했겠죠. 선생님들이랑 또 휴먼라이브러리를 하면서 만났던 다양한 어른들이요.
되게 짧은 만남이었는데 나중에도 생각이 난 적이 있어요?
기억에 항상 남아있죠. 좋은 어른을 보면서 저도 어떻게 되야겠다 이런 걸 찾아보게 된 것 같아요.
요즘 가장 큰 관심은?
저의 진로요.
전공인 컴퓨터과학과 안에서의 고민인가요, 아니면 더 넓은 범위에서?
더 넓은 범위요. 컴퓨터도 재미는 있는데 이걸 꼭 대학에서 배워야 하나라는 생각도 들어요. 여러 기관에서 배울 수 있으니까요. 한 학기에 400만 원 이상 내면서 배워야 되나? 이런 생각이 들어요. 그런 과에 대한 고민도 있고, 이걸 평생 직업으로 가져가는 걸 생각해보면 생계수단으로써는 충분히 활용할 수는 있겠지만 이게 진짜 내가 원하는 길일까 그런 고민도 해요.
진로는 정말 끝없는 고민인 것 같아요. 그런 생각을 하면서 너무 힘들거나 그렇진 않나요?
아직까지 그렇게 힘들진 않아요. 왜냐하면 대학에는 전과도 있고, 다른 길이 열려 있다고 생각하니까, 내가 잘하면 길이 열리겠다, 뭐든 해볼 수 있겠다 생각해요.
이제 막 20대가 시작됐잖아요.
네, 그런데 스무 살이 벌써 끝나가요.
그래도 20대는 길었던 것 같아요. 개인적으로 30대는 너무 빨리 가는 것 같아요. 그거 아세요? 뇌가 같은 일은 기억하지 않고 시간을 건너뛴대요.
오, 그럼 새로운 일을 많이 해야 시간이 천천히 가겠네요.
앞으로 20대에는 어떤 것을 경험해보고 싶나요?
음, 그러게요, 뭐가 있을까요? 사실 여행을 많이 하고 싶었는데.. 코로나 때문에.. ㅠ 좋아지겠죠? ㅎ
그냥 여행하고, 학교 잘 다니고, 하루하루를 행복하고 성실하게?
아, 맞다, 창업! 간단한 창업 해보고 싶어요.
오, 어떤 아이디어가 있나요? 안 베낄게요, 말해주세요.
아직 구체적인 계획이 있는 건 아니고 친구랑 앱 만들기 하고 있어요.
학교에서 앱 만들기도 배우나요?
학교에서 배우는 건 아니고요. 워낙 인터넷에 다 나와있으니까 그걸로 공부해요. 정말 학교를 다닐 필요가 없어요. 교수님보다 잘 가르쳐 줘요. 심지어 공짜고.
내년에 휴학 각인 데요? 갭이어 또 하는 건가요? 그래도 대학교가 학위를 따는 의미가 있잖아요.
맞아요. 제가 컴퓨터에 흥미가 없는 것도 아니고 아직까진 공부가 너무 어려운 것도 아닌데 그만 둘 필요가 있을까. 다른 것 하고 싶은 것도 많지만, 이것도 하고 싶고. (욕심이 많은 거군요!) 인문학을 공부할까 생각도 했었어요.
인문학도 다른 데서 배울 수 있잖아요.
그래도 인문학은 대학에서 배우는 게 더 의미 있을 것 같아서요. 원래 대학이 그런 곳이잖아요.
마지막으로, 올해가 100일 남은 5기 친구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면?
전 그때부터 정말 아쉬웠는데.. 제가 시간을 멈춰줄 수도 없고. 하하. 특히나 이번 기수는 마음이 짠하네요. 그 아쉬운 마음을 제가 잘 안다는 얘기를 해주고 싶네요.
꽃친을 할지 말지 고민 중인 6기에게 조언?
상황이 상황인지라 고민이 많이 되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선생님들이 있으니 꽃친을 한 번 믿어보시라~ 저는 진짜 재밌었다~ 후회 없을 거다~라는 얘길 하고 싶네요.
6살이 되는 꽃친에도 한 마디 해주세요.
잘 컸다! 6살까지 크느라 고생했다! (1살일 때가 제일 좋았다. ㅎㅎ)
오늘 기부금 전달과 인터뷰 감사해요! 마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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