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꽃친은 내년에 함께 할 6기를 모집하는 가족 상담을 하는 기간입니다. 가정마다 각기 다른 이야기가 오가지만 대부분 공통적으로 나오는 주제는 진로 고민입니다. 1년간 꽃친하면서 진로를 찾고 싶다는 청소년, 자신의 진로가 무엇인지 몰라서 불안하고 고민이라는 청소년들이 꽃친의 문을 두드리기도 합니다.
갭이어의 시간이 진로 고민에 어떤 의미가 있을지 생각하며 저도 20대 후반, 이직을 준비할 때 잠시 가졌던 쉼의 시간을 돌아봤습니다. 내가 어떤 것을 가치 있게 여기는지, 어떤 것이 좋고 싫은지, 어떤 것에 만족감을 느끼는지 같은 것을 잠잠히 생각해본 시간이었죠. 그 시기를 보내면서 내 마음의 소리에 귀 기울이는 시간이 나의청소년기에 주어졌더라면, 그것을 따를 수 있는 용기가 있었더라면 하는 아쉬움도 있었습니다.
꽃친은 이후에 선택할 전공과 직업을 찾아주는 곳은 아니지만,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알아갈 수 있는 여백의시간을 함께한다는 점에서 진로 고민을 도와주는 곳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진로, 곧 ‘자신이 나아갈 길’을 찾기 위해서는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부터 고민해야 하는 것이 아닐까 합니다. 진로에 관해 더욱 깊고 본질적인 질문은 ‘나는 누구이며, 내가 타고난 본성은 무엇인가?’입니다. 그러나 그런질문과 고민은 나중에 대학 가서 하라며 미뤄두고 앞만 보고 달려가게 만드는 교육 체계는 제가 청소년기 때나지금이나 크게 변한 것 같지 않습니다.
프레드릭 뷰크너*는 소명(vocation)을 ‘마음 깊은 곳에서의 기쁨과 세상의 절실한 요구가 만나는 지점’이라고정의합니다. 마음 깊은 곳에서의 기쁨이 무엇인지 알기 위해서는 자신에 대한 크고 작은 이해가 필요하겠죠. 충분한 여유 시간 속에서 자기 안에 머무는 연습을 하고, 스스로 인생의 방향을 정하는 용기가 이후에도 자신만의 기쁨에 몰입하고 그것을 선택할 수 있는 힘을 줄 것이라 믿습니다.
예비 6기 친구들과 상담을 하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현재 꽃치너들과의 첫 만남을 떠올렸습니다. 동시에 얼마 전 아이들과 서로의 첫인상과 현인상 비교를 하며 ‘이제는 말할 수 있는 수다’를 나눴던 것도 떠올랐답니다. 내년에 함께할 친구들도 꽃친 공동체 안에서 보여줄 자기다운 존재의 빛깔이 어떨지 벌써 기대됩니다. 꽃치너들이 자기다운 모습을 조금씩 알아갈 때 그것을 함께 발견해가는 것은 꽃친쌤인 저에게도 기쁨이니까요. 1년의 갭이어가 끝날 즈음에 아이들에게서 ‘진로를 찾았다’라는 말을 들을 수 있다면 물론 좋겠지만 ‘나에 대해 더 잘알게 되었다’라는 말을 듣는다면 더욱 기쁠 것 같습니다.
- 꽃친쌤 장현아 씀
*미국의 작가이자 목사. 1981년 《고드릭》으로 퓰리처상 최종 후보에, 1972년에 《사자 구역》으로 전미도서상 최종 후보에 올랐고, 30권이 넘는 그의 책은 전 세계에서 27개가 넘는 언어로 출판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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