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월 19일(월)에 상암동 오마이뉴스 본사에서는 아주 재미있는 포럼이 하나 열렸습니다.
'우리도 행복할 수 있을까?'라는 책을 통해 덴마크 행복사회의 비밀을 직접 찾아서 소개하고 또 그 행복의 비밀 중 하나인 덴마크의 교육제도를 소개해주었던 오마이뉴스에서 이번에는 한국의 애프터스콜레(Efterskole)를 소개하는 자리를 마련했답니다.
애프터스콜레란 덴마크의 독특한 교육제도인데요, 초등교육이 끝나고(대략 우리나라의 중학교 졸업 정도) 고등교육 기관에 진학하기 전에 1~3년 정도를 다니면서 자신의 인생을 설계할 수 있는 시간을 갖는 학교를 말합니다. 덴마크에는 약 260개 정도의 각기 다른 애프터스콜레가 있는데요, 종교적, 정치적, 이념적 성향이 조금씩 다르긴 하지만 삶의 발견, 보편적 배움, 민주시민 교육 등의 기본적인 철학을 공유하고 있다고 합니다.
(참고 :https://en.wikipedia.org/wiki/Efterskole)
'우리도 행복할 수 있을까?'라는 책에서도 소개되었고 이번 포럼에 방문한 덴마크 청년들도 이야기해주었지만 덴마크 청소년들도 자신이 무엇을 하고 싶은지, 어떤 일을 하면 좋을지 잘 모르는 것은 마찬가지라고 합니다. 다만, 자신이 스스로 그것을 발견할 때까지 다양한 경험을 해볼 수 있는 제도적인 장치(애프터스콜레, 호이스콜레)가 마련되어 있고, 가정과 사회에서도 그런 시기에 있는 청소년과 청년들을 기다려주고 격려해주기 때문에 조급해하지 않고 차분하고 자신감 있게 자신이 원하는 것을 찾아나갈 수 있다고 합니다.
학업성취도는 높지만 삶의 만족도는 낮은 우리나라의 청소년들(보건복지부 발표, 2013 한국 아동종합실태조사), 부모와 아이가 함께 밥을 먹고, 놀이를 할 수 있는 시간이 하루 1시간도 되지 않는 한국의 가족들(OECD, 2015 삶의 질 보고서)도 이런 '옆을 돌아볼 수 있는' 여유를 갖는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그런 의미에서 꽃다운친구들을 비롯하여 한국의 청소년들에게 옆을 볼 자유를 권하는 한국형 애프터스콜레 프로그램들이 속속 생겨나고 있다는 소식이 참 반갑습니다.
그럼 지금부터 이번 포럼에서 소개된 다양한 학교에 대해서 함께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10월 19일 포럼은 이런 순서로 진행되었습니다!>
/ 발레킬레 인생학교 (Vallekilde Folk High School, Denmark) /
제일 먼저 덴마크에서 방문하여 발표를 해준 발레킬레 인생학교를 소개하겠습니다.
발레킬레는 고등학교를 졸업한 친구들이 가는 학교이기 때문에 입학생들의 나이가 대부분 만 18세 이상이라는 점이 애프터스콜레와 다릅니다. 그렇지만 그곳이 필요한 이유, 그곳에 가는 친구들이 기대한는 점과 배우는 것, 배우는 방법 등이 애프터스콜레와 매우 유사합니다.
발레킬레에서는 어떤 것들을 배울까요?
홈페이지(www.vallekilde.dk)를 들어가보니 게임디자인, TV와 미디어, 저널리즘, 리더십, 작가, 디자인, 공예 등 다양한 코스들이 있네요.
학교에서 게임디자인을 배우다니 정말 신기하죠? 포럼에서 저희에게 학교를 소개해준 토마스(Thomas Vigild)가 바로 게임디자인 코스의 디렉터였답니다.
발레킬레학교의 핵심 교육철학으로 '호기심'을 꼽은 토마스는 게임을 통해 얼마나 다양한 가능성들이 열릴 수 있는지 소개하면서 학생들이 주도하고 시민들은 얼떨결에 참여하게 된 게릴라 물총싸움의 동영상을 보여주었어요. 처음엔 어리둥절해하던 사람들이 어느덧 물총을 들고 마구 쏘고, 정장을 입고 지나가던 어느 여자분은 먼저 나서서 물총을 달라고 하여 누구보다 천진난만한 표정으로 게임을 즐기는 모습을 보여주었답니다. 그 영상 하나만으로도 발레킬레의 학생들이 어떤 분위기 속에서 어떤 공부를 하고 있는지 피부로 느낄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Vallekilde Hojskole>를 소개하고 있는 토마스 빌리드(Thomas Vigild)
그리고는 발레킬레에서 공부하는 4명의 학생들이 나와서 자기 소개와 함께 발레킬레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이야기하고 몇 가지 질문에 답변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1명은 저널리즘을, 3명은 창의적 글쓰기(Creative Writing)를 배우는 학생들이었는데 자신이 무엇을 하고 싶은지 알고 싶어서 발레킬레에 오게 되었고 원하는 것을 마음껏 해볼 수 있기 때문에 매우 만족하고 있으며 자발적 에너지로 가득한 친구들과 같이 생활하는 것 자체가 큰 영감이 된다는 이야기를 해주었습니다.
<Vallekilde>를 다니고 있는 네 명의 학생들. 밝은 분위기가 팡팡!
이어서 한국에서 시도되고 있는 5개의 애프터스콜레 프로그램이 소개되었는데요, 하나하나를 살펴보기 전에 전체적인 특징들을 다음의 표로 소개하도록 할게요. 내용을 다 읽으시려면 스크롤의 압박이 있을 수 있기 때문에 아래 표를 보시고 더 알고 싶은 학교를 찾아서 클릭해주시면 좋을 것 같아요~!
<표를 클릭하면 확대해서 볼 수 있습니다.
모바일로 보시는 분들은 화면 가로보기!>
/ 꿈이룸학교 (의정부교육청) /
이어서 소개된 곳은 의정부교육청의 꿈이룸학교입니다.
꿈이룸학교는 경기북부의 청소년들이 자발적으로 모여서 하고 싶은 일, 배우고 싶은 것들을 스스로 결정하고 스스로 경험해나가는 배움공동체입니다.
여기에다가 의정부라는 지역을 기반으로 하기 때문에 마을의 청장년, 기관과 시설 등에서 아이들의 자발적 배움을 돕고 응원하는 서포터즈도 운영되고 있습니다. 그야말로 마을이 아이들을 키우는 마을교육공동체이지요.
현재는 의정부교육지원청과 의정부시청의 지원을 받아서 운영되고 있지만 교육청 정책에 따라 아이들의 소중한 배움터의 사활이 걸리지 않도록 하기 위해 최근에는 사회적협동조합 '꿈이룸 배움터'로 창립하여 새롭게 시작하게 되었다고 합니다.
<꿈이룸학교>를 소개하고 있는 의정부교육지원청 서우철 장학사
꿈이룸학교의 특징은 다른 애프터스콜레 프로그램들과는 달리 주말제와 무학년제로 운영이 되고 있다는 점인데요, 그렇기 때문에 학교를 다니고 있는 청소년들도 부담없이 참여할 수 있고, 대안학교나 학교밖 청소년들과 자연스럽게 어울리며 서로의 다른 점을 배우고 이해하고 수용하는 존재적 배움도 함께 일어나고 있다고 합니다.
현재 약 400여명의 학생들이 주말마다 모이고 있고 크게 공간, 길, 사람, 기자단, 행복동네 다섯가지 프로젝트로 나뉘어서 청소년들이 생활하는 꿈이룸 배움터 공간을 직접 꾸미기도 하고 우리동네인 의정부 탐방, 템플스테이 등의 다양한 여행을 가기도 하고, 마을의 사람들을 만나며 그 이야기들을 기록하기도 하는 등 다양한 체험과 배움을 이루어가고 있다고 합니다.
포럼에서는 담당하시는 서우철 장학사님의 발표와 더불어 꿈이룸학교에서 활동하고 있는 이예진 학생의 소감발표도 있어서 꿈이룸학교의 생명력을 더욱더 생생하게 전달받을 수 있었어요.
작년 가을 청소년 간담회를 시작으로 활발한 활동을 이어오고 있고 지난 4월에는 다양한 공연과 꿈이룸배움터 소개 어우러진 해오름제도 개최했다고 합니다. 의정부에 사는 청소년들은 정말 행복할 것 같네요.
[꿈이룸학교 페이스북 : http://www.facebook.com/ggum2room]
/ 오디세이학교 (서울시교육청) /
2부 첫 순서로 발표를 한 오디세이학교를 소개해드리겠습니다.
오디세이학교는 서울시교육청에서 진행하고 있는 프로그램으로 고등학교 1학년 과정을 정규 학교 교육과정이 아닌 자신이 원하는 것들을 자발적으로 배울 수 있도록 하는 인생학교입니다.
오디세이학교는 2015년부터 5월경부터 시작되어서 현재 40여명의 친구들과 함께 1기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일주일에 2일은 오디세이학교(정독도서관)에 모여서 공동수업을 진행하고요(영어, 수학, 한국사, 합창, 연극, 특강 등) 나머지 3일은 3개의 도시형대안학교(공간민들레, 꿈틀학교, 아름다운학교)로 흩어져서 기존 대안학교 학생들과 함께, 때로는 오디세이 학생들만 따로 특별한 수업들을 진행한다고 하네요.
<오디세이학교>를 소개하고 있는 정병오 교장선생님
오디세이학교는 이제 몇 개월의 진행과정을 거쳤기 때문에 서서히 학생들의 피드백이 나오고 있는 시점인데요. 학생들이 처음에는 이 교육과정에 적응하는데 약간의 시간과 진통이 필요했지만 교육과정에 대한 전반적인 만족도는 매우 높은 편이라고 해요. 학생들의 반응 중에는 "학교에서 이렇게 존중받을 수 있다는 것이 감사하다.", "어른들에 대한 신뢰가 회복되었다."라는 이야기들도 있었고요 큰 일부터 작은 일까지 스스로 결정해야 하는 것에 대한 자유와 책임감을 동시에 체감하고 있는 모습들을 엿볼 수 있었습니다.
오디세이학교는 고교 1학년 과정을 대체하는 프로그램이기 때문에 기본적으로는 프로그램이 끝난 후 기존의 소속학교 2학년 과정으로 진학하게 됩니다. 하지만 원하는 학생의 경우 자퇴를 하고 다시 1학년을 다니는 방법도 있다고 하네요.
올 해 첫 운영에 이어 내년에는 조금 더 많은 학생들을 대상으로 진행한다고 합니다. 아마도 올 해 프로그램의 장점은 더 살리고 단점을 보완을 해서 더욱 좋은 프로그램이 되지 않을까 생각이 되네요.
그 다음으로 소개된 세 팀은 민간단체 주도로만 이루어지는 모델이었습니다. 그러고보니 민관협력 모델들이 일년 정도 앞서서 준비하고 실행에 옮기고 있었네요!
민간단체들은 어떤 학교를 준비하고 있는지 볼까요?
/ 열일곱인생학교 (아름다운배움, 함께여는교육연구소) /
사실 이 학교는 포럼 때 까지만 해도 이름이 정해지지 않아서 가칭 'ㅁ학교' (네모학교)였는데요, 포럼이 끝나고 나서 긴 논의 끝에 '열일곱인생학교'로 결정했다고 합니다! 열일곱 청춘이 느껴지는 좋은 이름인 것 같아요.
열일곱인생학교는 활발하게 활동 중인 교육단체 아름다운배움과 함께여는교육연구소가 공동브랜드로 만들어갈 학교입니다.
중학교를 졸업하고 고등학교에 가기 전 1년 동안 자신에 대해 탐구하고 세상에 대한 경험과 공부를 할 수 있는 청소년자립학교입니다.
(가족, 친구)관계의 회복과 전환, 배움의 주도권 되찾기, 지역사회와 관계맺기 등의 공통의 목표를 가지고 있는 두 학교는 각각 용인과 일산에 만들어질 예정입니다.
두 학교 모두 지역사회과 긴밀한 접점을 가지고 운영될 예정인데요, 용인 학교는 용인지역의 대안학교인 이우학교, 어린이도서관인 느티나무도서관, 인문학 공동체인 파지사유 등 풍부한 지역의 자원들과 적극적으로 연계할 계획이고('이우길그림'이라는 지역 지도도 함께 보여주셨습니다.) 일산 학교는 평화누리길 걷기, 정발산의 생태적 이해 등 일산이 가지고 있는 고유한 지역적인 특징들을 일산의 청소년들이 마음과 몸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 커리큘럼을 구상하고 있다고 합니다.
열일곱인생학교는 11월에 설명회를 개최하고 지원자를 받는다고 하니 관심있으신 분들은 블로그나 페이스북 통해서 소식 받아보시면 좋을 것 같아요!
꿈틀리 인생학교는 이번 포럼에서 소개된 학교들 중에 유일한 기숙학교입니다. 강화도에 있는 오마이스쿨에서 기숙생활을 하며 1년의 옆을 볼 자유를 누리게 된다고 하니 청소년들의 독립심과 사회성이 더욱 집중적으로 향상될 것 같은 생각이 드네요. 별과 바다가 보이는 캠퍼스에서 기숙생활이라니! 많은 학생들의 로망이죠~
꿈틀리 인생학교는 '우리도 행복할 수 있을까'를 쓴 오마이뉴스의 오연호 대표와 대안학교인 풀무학교에서 35년간 근무하신 정승관 선생님 두 분이 마음을 모아 시작하게 된 학교입니다.
취재를 위해 수차례를 덴마크를 방문하면서 덴마크의 애프터스콜레에서 많은 영감을 받아 한국에서도 학생들에게 옆을 볼 자유가 있었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이 학교를 기획하게 되셨다고 해요. (모든 애프터스콜레 프로그램이 동일하죠? ^^)
정승관 선생님이 농업으로 유명한 풀무학교에서 근무하신 경험을 바탕으로 하여 농사짓기를 통한 자생적인 삶과 지역사회와의 연대를 강조하고 있습니다.
꿈틀리 인생학교는 11월 7일(토) 10시에 강화도 오마이스쿨에서 설명회를 개최하고 12월에 원서접수를 통해 30~40여명의 학생들을 선발하여 2016년 2월 22일에 개교식 및 입학식을 한다고 합니다!
오마이뉴스가 만들어진 2000년 2월 22일로부터 정확히 16년이 지난 날에 새로운 학교가 탄생하게 되다니 참 신기하죠?
이 날은 설명회 때보다 짧은 시간이었기 때문에 EBS 방영 동영상으로 많은 부분을 압축해서 설명드리고 이예지 쌤과 대표님이 핵심개념과 부모/청소년 프로그램에 대해서 각각 설명을 해드렸답니다. 저희는 학교가 아니라 '방학'이고요~ 청소년 프로그램이 아니라 '가족 동행 프로그램'이에요~ 라고 힘주어 말씀드렸죠!
다른 프로그램들과 조금 다른 이런 점이 잘 어필이 되었는지 포럼이 끝나고 직접 찾아와서 이런저런 질문을 해주시는 분들도 계셨답니다.
자녀가 아직 초등학생인 부모님도 오셔서 꽃다운친구들 오래오래 해달라고 부탁하셨어요. 꼭 그래야겠죠? ㅎ
자못 진지한 표정으로 꽃친을 설명하고 있는 이예지 쌤!
환한 미소와 노란 리본이 아름다우신 이수진 대표쌤!
꽃친을 대표하여 여러 질문에 답변을 해주신 황병구 쌤!
여러 모로 즐겁고 유익했던 포럼 참여였습니다.
발제를 해주신 모든 학교들, 그리고 이번 포럼에 참여하진 않았지만 대한민국 곳곳에서 옆을 볼 틈새를 내고 있는 청소년 모두모두 화이팅입니다.
혼자 가면 빨리 갈 수 있겠지만 멀리 가려면 함께 가야한다고 합니다.
솔직히 변화라는 것이 너무나 요원해보이는 대한민국의 교육체제 안에,다함께 힘을 모아 좋은 변화들을 만들어냈으면 좋겠습니다!